사람은 누구나 남들보다 더 유능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나' 중심적인 것이 너무 당연한 사람 본성이라서 그렇다. 단체 사진을 보아도 제일 먼저 사진 속의 나에게 눈이 가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내가 잘 나온 사진이면 맘에 드는 사진, 내가 못나게 나온 사진이면 영 이상한 사진이 되는 것만 보아도 사람이 얼마나 내 중심인지 알 수 있다.
나도 그런 '주인공'이 되고싶은 욕구와 참 오랜 시간을 싸워왔다. 자의식이라는 것과 막연한 신앙심같은 것이 생겨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어온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사실 결혼해서 대전이란 낯선 지역으로 처음와서 살면서, 내가 얼마나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 참지 못하는 사람인지를 적나라 하게 알게되었었다.
겉으론 거의 항상 알콩달콩한 신혼이야기같은 밝은 것들만 SNS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 드러내놓게 되었지만, 노출하지 않고 꽁꽁 숨겨둔 마음 속 한 다른 구석에선 깊은 공허감 같은 것 때문에 외로워했던 시간이 몇개월간 있었다.
잘나가는 의사도 꿈꾸고 유학도 꿈꾸던 '꽤 화려한 조건들'을 향해 달리던 내가, 일개 지방대학원생에 그냥 평범한 주부가 되어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조그만 나라 조그만 지역 한구석에 들어앉아 왜인지 내가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없고 수업도 없는 대낮에, 별일 없이 혼자 집에 있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틈탈때가 많았고,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로부터 멀어져 저 멀리 어두컴컴한 무대뒤편 구석에 홀로 쭈그리고 있는 것 같은 무명배우가 된 듯한 공허감 때문에, 애써 집안일을 끊임없이 하기도 하고 없던 일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있었다.
하나님, 저도 나름 똑똑하고 인물도 수려하다고 어딜가든 주목받던 사람인데..저는 왜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되어서 이러고 있어야하나요,
나름 이대나온 여잔데, 왜 서울대 아님 저 미국에 가고싶던 이름난 대학원들은 못가고 이렇게 조그마한 지방의 신학대학교에 와서 이러고 있는거죠..
저도 야망이 큰사람이었는데,,
과연 이 시간들이 저에게 충분히 가치로운 시간들일까요 .
남편은 자기 스펙을 쌓아가고.. 그렇게 계속 잘 가면되지만, 제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이렇게 지방에 쳐박혀 있다가 남편 내조에 아이엄마로 살다가 전 그냥 그렇게 늙고 무명배우처럼 인생이 끝나겠죠..??
이런 하소연을 하나님께 막 하다보면 때로 욕심만은 내 마음이 북받쳐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살살맞은 남편이 저녁에 들어와 얘길 나누다보면 언제그랬냐는 듯 웃으며 지나가고.. 혼자있으면 또다시 이런 생각이 찾아오고.. 끈질기게 반복되는 시간을 보냈더랬다.
그런 시간을 몇개월 지나면서, 이러한 내 마음을 정말 솔직하게 하나님께 털어놓고 기도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문득 '세은아,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니..? 네 생각에, 너라는 사람을 진짜로 이루고 있는 가치들은 무엇이니..?' 라고 강렬한 음성처럼 성령님이 물으셨다.
그 물음에 나는 머리로는 '그야 하나님이지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평소에 하도 내 답답함을 하소연해왔던 터라 차마 양심상 그렇게 대답할수가 없었다.
대담해지기로 작정을 한 건지, 정-말 솔직한 고백을 하였다.
'주님,, 저는 머리론 예수그리스도가 제게 가장 소중하다고 너무 정확히 아는데요.. 제 가슴이 자꾸 세상의 명예와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저를 지금까지 구성해온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학벌과 그것이 주는 명예였나봐요.. '
이것이 인정되는 순간 마음이 아찔했다. 그리고선 바로 참으로 당돌하고 솔직한 고백 뒤에 찾아오는 평안을 맛보았다.
' 네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세은아..! 그것은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마음이지. 그래서 내가 너를 구원하러 이땅에 온 것이 아니니. 이 땅의 어느 단 한 사람도 자기 힘으만으로 이런 본성을 거스를 순 없단다. 사람의 본성에 빛이 있었다면 내가 올 필요가 없었겠지. 그러니 너는 나를 언제나 바라보렴'
너무 강렬하고 정확한 음성이었다.
몇 년 전 밀알에 대한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 했던 기억이 났다.
' 주님, 한알의 씨앗이 밀알이 되어 땅에 묻히지 않고 자꾸 밖에 드러나 있으려고 하면 한알 그대로만 있을 뿐, 다른 열매들을 맺을 수가 없대요. 저는 정말 아름다운 밀알이 되고 싶고 가장 소중한 가치들을 위해 땅 속에 묻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제 본성은 자꾸 밖으로 혼자 드러나있고 싶고 어두컴컴한 땅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해요. 그런데 그 본성때문에 저만 혼자 세상 속에서 드러나고 싶어서 바둥거리다가 아무 열매도 없이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날까 두려워요. 제 힘으론 불가하니 주님께서 도와주세요. 밀알의삶을 억지로가 아니라 기뻐하며 살게 하시고, 제발 제 삶이 가치롭다고 주님께 인정받을 수 있는 밀알이 되게 해주세요.'
이 기도가생각나면서, 내가 있는 모든 환경들이 하나님이 나를 밀알로 훈련시키시기에 '참 적합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그냥 마음 편히 '인정'하라고 가르쳐주셨다.
내가 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구나.. 혼자 주인공이 되고하는 구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매력적이고 유능한 존재가 되고싶어하는구나..! 역시 난 참 인간적이야!
라고.
하지만 밖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는 삶이 멋진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자기 본분, 소명이 무엇인 줄 알고 그 열매들을 맺고자 현재의 삶에서 컴컴한 땅에 기꺼이 묻힐 수 있는 삶.. 이것이 가장 가치로운 삶이라는 걸 나같은 야망녀가 깨달을 수가 있다니.
이 사실을 깨닫고 갈구하게 된 것은
분명 내 본능이 품을 수 있는 마음이 아니다.
'내 안에' 살아계신 성령님께서 도와주셔서 품을 수 있게된 소망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정확한 한가지는, 이미 내 삶에는 하나님이 들어와계시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과 모든 가치체계까지도 하나하나 인도하고계시다는 것.
감사한 마음이 차올랐다.
지긋지긋하게 혼자있을 때마다 나를 따라다니던 '불만족, 불평'이란 유혹이 왠만해선 나를 건들지 못하게 되었고, 공허감이 섞이지 않은 맘편한 진짜 행복감을 가슴 깊숙이부터 갖게 되었다.
내 인생이 이렇게 하나님께서 눈길을 주시고 돌봐주시는 인생일 수 있다니... 이 사실이 마음 깊이 와닿고 신기하게 느껴질 때, 마치 환한 조명 하나가 인생의 무명 배우이던 나를 비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학생의 삶도,, 주부의 삶도,, 박봉의 일도..
내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며
웃으며 재미나게 살 수 있는 근본적 이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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