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속에서 몇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일 수 있지만, 함께 살면서 혹은 한자리에 있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가르킬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사회적 상황 속에서 우리는 동상이몽 할 때가 참 많은 것 같다.
오늘 경험을 통해 깨달은 한 가지 이기도 하다.
오늘,, 오후 4시부터 밤까지, 처음 예상과는 달리 거의 한 시도 쉬지 못하고 줄줄이 일정이 이어지면서, 저녁식사를 못한 채 늦게까지 배를 곯았다.
사실 그러기전에, 수업관련해서 수진언니, 나은쌤과 함께 교수님실에서 모여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마침 그때가 5시쯤 초저녁이어서 거기서 같이 뭘 시켜서 먹을까 교수님이 여러번 권유(제안?)를 하셨었다. 하지만 조금 예의가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때는 모임을 빨리 끝내고나면 한 30분만에 수업직전에 저녁을 후다닥 먹고 들어가면 되겠지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우리 셋다 식사할 겨를도 없이 바로 6:30 수업을 가야하게 됐고, 그 이후까지 쭉 이어지는 수업 속에서 매점다녀올 여유를 찾지 못해 결국 다음 수업까지 쫄쫄 굶은 상태로 들어가야 했다.
다음 수업에 들어가기 직전에 사실 수진언니가 학교 오기 전 일끝나고 오면서 사온 주먹밥을 잠시 먹을 기회가 있었다. 언니는 주먹밥 두 개를 사왔지만, 하나는 항상 일하고 바로 오느라 저녁을 못먹고 오곤 하는 성아에게 자연스레 주었고, 성아는 뒷수업은 안듣기 때문에 사실 집에가서 먹어도 된다며 그냥 우리 먹으라고 주려했고, 나는 성아 몫을 빼앗는 것 같은게 불편해서 (고픈 배와는 정 반대로 말로는)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선 수진언니와 성아가 괜히 미안해할까봐 나 먼저 다음 수업실로 들어가있는다고 했는데, (성아는 집에 가고) 수진언니는 자기 주먹밥도 한두입 먹다 못먹고 그런 나를 따라 교실로 들어왔다. 그렇게 언니도, 나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서 통화하느라 이 상황에 없었던) 나은 쌤도 모두 늦은 시간까지 배를 굶은 채 수업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하는데 도무지 수업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나는 배가 고파서였고 또 하나는 왠지 옆에 앉은 수진언니가 기분이 안좋아보여서 너무 신경이 쓰여서였다.
그때부터 내 마음 속 추리는 시작되었다.
'언니가 혹시 나 때문에 기분이 좀 상했나,,,?','하루종일 일하고 오고선 밥도 못먹어서 많이 피곤할 텐데 혹시 내가 교실 빨리 들어간다고 하니 언니까지 밥도 못먹고 계속 이렇게 되서 마음이 좀 상한 걸까..?', ' 아까 교수님이 세번이나 저녁식사 권하실 때 그냥 먹어도 됐는데,, 내가 굳이 세번을 다 거절해서 결국은 지금까지 밥도 못먹고,, 아까 성아가 주겠단 것도 거절하고,, 그리고선 일찍 들어와버린 나를 보고 언니가 이런 나를 잘 이해안되는 답답한 애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서 언니가 나한테 좀 실망 한건가..?'
이런 식의 생각을 하면서 옆에 앉은 언니를 힐끔힐끔 보니, 왠지 언니가 더 생각이 많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약간 화가 난 듯도 하고, 좀 우울해보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 되어 자연스레 언니랑 얘기하다보니, 놀랍게도 언니랑 나는 완-전 동상이몽이었다.
언니는 '내가 잘못판단한 것 같다. 쉬는시간에 주먹밥을 성아에게 주기로 했던 게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세은이도 밥 못먹었는데,,' 하며 스스로의 판단력(?)을 탓했고 언니 때문에 내가 배고픈데 밥도 못먹은 것 같이 느껴지고 그래서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마음이 내내 너무 불편했다고 했다.
나는 언니가 나한테 미안해서 맘이 불편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가만히 보니 (내입으로 말하긴 웃기지만) 착하디착한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며,,, 각자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매우 불편해하고 있던,, 아주 웃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일을 통해, 평소에 상대의 기분을 눈치보고, 혹시 상대가 나로 인해 마음이 상하면 어쩌나 평가에 민감하고 두려워하던 내 성향에 대해 처음으로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내 안에 아무 근거도 없이 내 느낌만으로 넘겨짚는 것이 참- 많구나.
그런데 그 넘겨짚는 게 '나만의 생각'인 경우가 정-말 많구나.. 실제 상대와는 완~~~전히 동상이몽일 수 있다니..
그렇다면 평소에도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이런 동상이몽을 할 때가 꽤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넘겨짚은 추측을 실제로 검증해본 적은 거의 한번도 없었으므로.)
쓸데없이 넘겨짚어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참 많았겠구나..
앞으론 혼자서 꿍하게 걱정하기보단 차라리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하고 물어봐야지..
내 안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동적으로 드는 부정적인 또는 불편한 어떤 생각이 있을 때, 적어도 그 생각이 실제로 '검증'되기 전까지는 이것이 나만의 착각에서 나온 걱정일 수 있다는 점에 조심해야겠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불필요하게 힘들어하지 말아야 겠다... 싶었다.
자동적 생각이 실제로 검증되기 전까지는 그 생각에 대해 의심해보라는 것... 인지적왜곡을 검증하는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분명 배웠었는데.. 아... 삶에 적용은 전--혀 못하고 있었나보다.
역시 머리로는 알더라도 가슴으로 내려오기 위해선 임팩트있는 직접적 경험을 통해 '통찰'을 얻는 것이 제일 효과적인 방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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