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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방>

부산에서.

상담학회 연차학술대회 참석차 2박3일로 부산에 와있다.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남편말론 어제가 남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린날이라 한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배정된 부경대 용당캠퍼스 기숙사에는 에어컨이 없고 2명이 쓰는 각 방에 겨우 선풍기 하나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선이 너무 짧아 책상위에 올려놓고 써야하고 양 쪽 침대로 돌아가기엔 회전구간도 짧다.

피로한 맘으로 올라왔던 어제는 너무도 덥고 습한 이 환경에 의해 자동적으로 불쾌지수가 높아져있었다.

같은 방을 쓰시게 된 선생님과 어제 밤 처음 얼굴 대면하고나서 선생님이 밖에 다른 분들 뵈러 나갔다 밤늦게 들어오셔서 별다른 얘기는 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 아침에 말을 트게 되었는데, 경력이 꽤 오래되신 정신보건간호사선생님 이셨다. 병원에서 상담업무로만 완전히 넘어가신 정신보건전문인이었고 알코올중동자들을 치료해오신 분이셨다. 7살,11살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고, 크리스찬이셨다.

서로 대화해보기전에 이미 서로가 크리스찬인 줄은 대강 알고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어제 밤에 선생님 침대에 자그마한 성경책이 있는 걸 보고 크리스찬이겠구나 했는데, 선생님도 내 책상에 '하나님의 뜻' 책이 있는 걸 보고 이 사람도 크리스찬이구나 싶으셨다 한다. 이 사람과 왠지 서로 할 이야기(대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둘모두 서로 룸메와의 만남을 위해 기대하고 왔는데, 기도하던 두 사람이 지원하던 (학회 바로 옆 장소인) 대연캠퍼스에서 밀려서 용당캠퍼스로 배정되어 수많은 사람들 중 같은 방 같은 호실을 쓰게 되었단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비록 선생님은 사정 상 오늘 가셔야 해서 대화를 튼 아침에 곧바로 또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또 인연이 이어질 것을 서로 이야기했다.

짧고 굵은 이런 만남들이 참 우연이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모든 게 하나님의 아름다운 섭리이고 네트워크가 아닐까.

마치 영화에서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서로를 언뜻언뜻씩 어디에선가 지나치며 모르는 사람으로 살고는 있지만 모두가 각자의 에피소드를 담은 사람들인 것이 참 신기하듯이,, 생각해보면 그런 비슷한 느낌이랄까.

싱가폴에서 많은 하나님의 영감들을 얻었고 결심도 굳게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질그릇처럼 흔들리는 내 모습이 참 어리석게도 느껴지고 답답했다.

우리집 화장실에도 붙여놓았고, 또 유기성목사님의 영성일기에서도 오늘아침에 읽었던 말씀인 질그릇과 보배의 말씀.

비록 나는 질그릇과 같으나, '나는 원래 이런 질그릇같은 인간일 뿐이에요 주님' 하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끝이 아니라 '그렇지만 나는 보배이신 예수그리스도를 담은 인생이에요' 고백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오늘 새벽기도에 혼자다녀온 남편이 보내준 메시지에 '여호와이레' 하나님의 모습이 나타나있었던 것처럼, 그분은 원하시면 알맞은 모든 네트워크도 제공하실 수있고 모든 자원의 소유자 되신 분이시다.

세상이 너무 커보인다고 겁먹을 것이 아니라, 좌절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의 주관자 되시는 '세상보다 크신 하나님'의 크기를 바라보는 믿음이 더 굳건해지고싶다.

믿음이란 것이 처음부터 태생적인 것이어야만 한다만 겁많고 소심하고 이것저것 재는 생각이 많은 나는 얼마나 희망이 없었을까.

그러나 믿음은 고난 중에, 삶의 여러 환경들에 놓이고 극복하는 중에 성숙되어지고 자라나는 것이다.

나에게 분명히 믿음의 씨앗을 주셨지만 아직 그것을 내가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을 뿐, 내 안에 믿음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보배되심을 인정하고 내 속에 담는 인생이라면, 나의 나이에도 전공에도 성격에도,, 모든 제한없으신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하는 믿음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그 분의 생각은 때로 나의 생각과 다르며, 내 생각을 넘어서시는 분이심을, 우리를 향한 그 분의 뜻은 재앙이 아니요 축복이고 구속이고 사랑임을.. 잊지 말아야지.

세상에서 기껏 한 인간에 불과한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이란 커봤자 얼마나 클 수 있겠는가.

언제 어느 직장에 들어가고, 언제 이런 남자를 만나 자녀몇명낳고.. 이런 가정 꾸리고,, 좀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가정에서 일터에서 성경적으로 좀더 본이 되게 살고, 기회가 닿으면 복음을 전하고...

이런 것 정도일까..?

그러나 하나님이 한번 나의 삶을 손에 들어, 우리 가정을 양팔이 들어 꿈을 꾸시기 시작하면 그 크기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혹 어느날, 당황스러워보이는 상황에서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우리가 하루아침에 개죽음을 당한다할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크신 꿈 속에 있다면 하늘의 닫힌 문을 여는 열쇠로 쓰이는 죽음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내 생각, 내 느낌,,
인간으로서 참으로 주관적이고 변덕스러운 것들.

제한되게 가두어두지 말고
믿음의 주요 온전케하시는 이인 예수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