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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방>/상담 노트

상담자에게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

'이성과 사고만 너무 발달한(또는 우월하게 여기는) 상담자'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치료 하나(예. 인지치료)에 크게 꽂히기가 쉽다(초반에 나의 경우도 이 경우였다). 자신이 이러한 방법에 매력을 느끼고 이로부터 도움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방법을 집착적으로 고수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쉽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일수록 공감과 수용적 역할에 대해 간과하기가 쉽다. 또한 사고형의 사람은 대체로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직면하고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도 크다. 그런 경우,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정서를 깊이 들여다보고 직면, 표출할 수 있게 돕는 역할에 약하다. 자기 자신이 먼저 감정을 다루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른 이의 감정을 다루어주는 것에 약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다양한 정서들을 이성적 해석으로 덮어주려하기에 바쁜 경우도 많. 또 자칫하면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이 상담보다는 교육, 설교와 가까워지기도 쉽다.

반대로, '감성과 정서 쪽만 너무 발달한(또는 중시하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고 그 문제를 수용, 공감해주는 역할에는 상당히 강하다. 자신이 상담자로서 성장해가면서 공감, 수용, 감정직면과 표출.. 같은 요소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상담자는 사고적 측면에 약한 경향이 있어 합리정서행동치료나 인지치료 같은 측면의 접근이 필요한 순간에 조차 그 필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상담의 기술적 전문성도 분명 중요한 치료의 요소가 됨에도 불구하고 인격적, 관계적 전문성(진솔성, 공감, 수용과 같은..)으로만으로도 상담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그러다보면 친구간에, 선후배간에 위로가 오가며 대화를 주고받는 일상적 만남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 상담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내담자의 감정은 건드려주는 기술이 뛰어나지만, 내담자의 이면에 뿌리 깊게 깔려있는 신념, 정의와 같은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잠시 반짝하는 효과만을 보고 자신이 상담을 잘했다고 착각하기도 쉽다.

 

그러고 보면 상담은 정말 상담자의 성향이 여실히 반영되는 가장 적나라한 field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은 상담자 자체를 도구로 하여일어나는 상호작용이라고 하며, 상담자가 자기 자신을 잘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에 강하고 무엇에 약한 사람인지. 주요하게 작동하는 내 욕구는 어떤 것인지. 스트레스 상황에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나는 어떤 관계 양상을 지녔는지. 내 주요한 생각패턴, 감정은 어떤 것인지, 내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 윤리관은 어떠한지 등.

 

결론적으로, 남을 알아가고 돕는 것에 항상 선행되어야할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성장의 경험이다.

 

 

ps. 인간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성장을 혼자 힘으로 해나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자체가 한계가 너무나 많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인간의 maker이신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