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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방>/생각방

[S.E] 소유보단 존재를, 생존보단 삶을!




직장에서 이번 주 유독 짜증나는 일이 많았다.
'내가 맡은 일을 혼자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나에게,
토시하나까지 놓치지 않아야하는 꼼꼼한 행정력과 관리력을 요하는 자리에서는
그럴 수 없는 상황들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곤 한다.


내 잘못일 경우에는 과오를 인정하고 그냥 시정하면 끝인데, 그것이 아닐때가 문제다.
하나하나 공들여 쌓아놓은 체계가, 나의 통제력과는 전혀 무관한 영역인
다른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서든 상사의 급작스런 의사결정 번복에 의해서든
뒤집혀야하거나 수습해야하는 류의 일들이 은근히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그런 상황에서 '적당한 수습' 정도로는 되지 않고,
하루 종일 그 일에만 붙들려 매여있으며 일일이 번거로운 작업을 하고
퇴근시간까지 넘겨야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지키려해도 짜증으로 온통 충만해져버렸던 것 같다.


'전문상담사'의 직업정체성(색채?)를 갖고 있던 내가,
(상담 전공의 베이스를 가진 연구원을 뽑는 자리여서
깊은 내부상황까지는 모르고 유관성을 기대하며 들어왔는데,)
그러한 색채와 전혀 무관해보이는..
귀찮고 잡다하기만 한 일의 실무자로 왜 여기 오게 되었을까..
하는 불평섞인 생각을 초반엔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곳에 있으면서,
'여기 온 후로 내가 왜 이렇게 자주스트레스를 받아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다보니,
이 곳에서는 내가 당연히 여기고 또 중요시 여겼던 것들이
와장창 깨어지는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0% 정도는 직장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고,
50% 정도는 내가 가진 고유 성향도 한몫을 하는 것 같고.)





나는 물질욕이 큰 편이 아닌지라
'소유보다는 존재'에 가깝게 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꼭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꼭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내 시간'
'상황과 환경에 대한 통제력'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고, 누구도 침범하면 안되는 영역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나의 소.중.한. 시간을 누군가의 잘못이나 불합리한 의사결정 때문에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써야한다는 것이
'허비' 수준을 넘어 불합리함으로까지 느껴져서 화가 나는 편이다.
실은 너무 오랫동안 지녀온 것들이라 나 자신이 잘 의식 조차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단지, 이런 걸 알 수 있을 만한 유발물이나 촉진환경이 그동안은 크게 없었을 뿐.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 인상깊게 읽었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지 습관' '플랭클린'의 시간 관리와 같은 책들이
내 사고에 생각보다 큰 영향력으로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늘 강했던 나에게,
이런 성공주의적인 자기계발서들은,
'일분일초까지 시간을 쪼개어 쓰고
이를 통해 상황과 환경을 통제,관리 할 수 있어야만
성공적이고 의미있는 삶으로 발전할 수 있다' 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그런데 이런 책들에서 정의하는 '의미있는 삶' ,'성공'이라는 것이,
존재보단 소유를, 삶보단 생존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릴 때의 나는 그저 '어리고 몰라서' 분별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어쓰며 상황,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잘 갖지 못하면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없게 될 것만 같은 두려움
'이
그때부터 내 속에 생각보다 깊숙이 뿌리내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건,
 하나님이 내게 가르쳐주시는 것은 위와 같은 책들의 가르침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유와 생존을 통한 성공이 의미있는 삶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대신, 하나님의 뜻을 알고, 이끄심에 매순간 순종함으로 따라가는 삶을
가장 의미있는 삶이라고 여기신다.
세상적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때로 좀 수동적이고 느긋하지 않나... 싶게 느껴질 만큼말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을 알게 하시려고,
그래서 완벽주의적인 나의 성품을 조금이라도 더 둥그렇게 다듬어가시려고,
내 성향과 상식과는 많이 다른 듯한 환경에 두셨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번 주에 처음으로 들었다.




아래 구절들이 자주 마음에 맴도는 요즘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걸음을 계획할 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하나님으로부터 난다.'






ps.
물론, 50%는 조직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노동문화에 전반적으로 깔린, 
'개인보다는 조직 중심', '상명하복식 권위주의 문화' 같은 것들은
꼭 개선되어 나가야 할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