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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방>/생각방

[S.E.생각] 두 가지 전공이 나에게 준 유익

그 동안 나는 두 가지 전공 분야에 각각 약 4-5년씩(공부+실습+일) 있어보았다.
'식품영양학'(학부+실습)과 '상담심리학'(대학원+수련+일).


두 전공 모두를, 경중을 따지기 힘들만큼 좋아했고, 각각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을 뿐만 아니라,
내 성향이나 욕구와도 꽤 잘 부합한다고 여기며 나름 즐겁게 공부 or 일 해왔던 것 같다.
전공이 자신과 너무 안 맞아서 고민인 사람들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것에 비해보면,
두 분야를 이렇게 둘다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뒤돌아볼 때 감사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두 전공을 내가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는,
꼭 직업적, 학문적 영역에서 전공을 살려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을 때 조차도,
전공 지식들이 마냥 무용지물처럼 썩혀지는 대신,
내 일상생활과 삶 자체에 크고 작게 활용되는 자산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특히 둘다 가정생활에 도움이 되는 전공같다고 해야하나..?
현숙한 아내, 지혜로운 엄마가 되는 것이 늘 마음 속 가장 큰 꿈 중 하나였던 나에게는
가족을 돌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쓸모있는(실용적인) 전공'이라는 점은..
그 자체로 매력이 크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1. 식품영양학


식품영양학 전공에서 배우는 내용은 크게,
지역사회영양학(보건학에 가까운 듯), 임상(의학)영양학, 기초영양학과 실험,
단체급식(조리학 포함), 외식경영, 식품학(식품위생 포함)

-> 이렇게 나뉘어지는데,
나는 대학 때 주로 임상영양학(영양상담,교육,치료 분야)에 흥미를 많이 느껴서
포커스를 이 분야에 두고 과목선택을 많이 했었다. 
생명과학과 과목(수업)까지 여러 개 병행하여 들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졸업 후 학부 전공을 접고 다소 관련이 적어보이는 분야(상담심리학)로 전향을 했지만,
학부 때 과학 공부를 통해 갖게 된 '인간에 대한 과학적(특히 생화학적) 이해'는,
사람을 볼 때, 단지 심리학적으로만이 아닌 육체적 존재이기도 한 점에 대해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 같은 걸 갖게 해준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많은 관심을 갖고 배우고 실습했던 '질병과 식이'와의 관련성
기본적으로 내 가족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에 계속적으로 쓰일 수 있는 지식인 것 같다.
우리 가정의 밥상을 차리고 식단을 관리하는 데 있어 좋은 자산이 된다는 의미.


ps.
한국은 아직 병원 임상영양 분야에 대한 인식(의식)과 발달이 미국보다 훨씬 뒤쳐져있다.
미국에서 공부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진로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말에 
그 방향에 대한 꿈을 접었었지만, 때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영양 상담 및 치료'분야(임상영양사)가 전문의료진의 하나로
확고한 전문직으로 잘 발달되어 있음 좋았을 걸...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하는 RD(=Registered Dietitian)라는 전문직이 있다.)
하는 미련 비스무레한 생각을 가져보기도 한다 :)





2. 상담심리학


영양 상담/치료 분야를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다면 꼭 전공은 살리지 못해도
'사람을 돕는 분야'라는 점에서 유사해보이는
일반 상담/치료 분야를 해보자 하며 뛰어들었던 상담심리학. 

어릴 떄부터 '인간(삶)' 자체에 대한 내적 질문과 호기심이 늘 많았기 때문에,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전부터 의구심을 가져왔던
여러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게 된 부분들도 많았고,
항상 기독교인으로서 성경과의 가르침에서 너무 벗어나지는 않는지 
균형을 의식하며 배우려했던 덕분인지
신앙적인 성장에도 적잖게 도움을 준 공부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졸업 후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면서,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사람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짧은 시간 치고는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 정립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일을 잠시 그만두고 상담심리 쪽 커리어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지만,
상담심리분야에서 공부/일하면서 갖게 된 여러 통찰들은
(관계, 동기와 욕구, 인지, 정서, 행동 등 각 요소와 그 연관성에 대한 이해 등)
앞으로 인생을 더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여러 사건들과 사람들을 대하는 데에
필요한 '음가짐'(태도)'이 되어 내 속에 좋은 자산으로 남게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 사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성령님'(하나님의 영)이
내 생각과 가치관과 쓴뿌리의 정서들을 터치해주신 것이

변화의 가장 본질적인 힘이었던 것 같다.
기독교신앙적 고군분투가 없이 그냥 상담심리학 공부만 했다면 
굉장히 인본주의적 사고를 갖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템포 쉬어가기 위해 충전하고.. 다시 힘을 모으고 있는 요즘.
열심히 기도로 말씀으로 영성을 집중적으로 다지고,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고, 가장 기본적인 준비 활동만 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맘 편히 즐기고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아직 나는 모른다. 
조금 더 내조자와 가정에 충실한 (전업주부? 전업맘의?) 삶을 살게 될지..
(-> 지금의 나는 이 삶도 충분히 감사하고 누릴 수 있는 마음이 되어있는 것 같다.)
아니면 아이를 얻는 때가 내 생각보다 더 늦어지고
두 전공 중 어느 하나로 좀 더 공부하거나 일할 기회를 얻게 될지..?
(+아님 내가 상상,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길로 향하게 될지..?)

다음 스텝에 대한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되긴 했다.
사실, 남편이 가게 될 포닥행을 지금까지 걸어온 길(빡센 실험실 생활의)의 연장선처럼 생각하다보면
'또다시 먼 길을 가야하네..' 하는 묵직한 마음이 잠시 스칠 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고생을 앞서 예측하기보다는, 주실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는 마음이,
'미지의 길 앞에 선 사람이 하나님께 보여드릴 수 있는' 믿음 아닐까.. 생각하며,
내 안의 작은 통제욕구조차도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것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는 늦가을이다.

남편 포닥(외국행) 요소가 걸려있는 만큼,
나의 다음 진로에 대해서도 아직은 구체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내 마음이 이제는 전처럼 답답해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것 이상의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고,
전보다 믿음이 많이 자라면서.. 걱정 대신 감사하고 기대(소망)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라는 찬송가사처럼!

벌써 겨울을 알리듯, 어제부터 공기가 확 차가워졌지만,
포개어 잡은 우리 남편 손은 오늘 새벽에도 참 따뜻하고.. 
주님 안에 거하는 삶도 늘.. 포근하니..
이렇게 매일, 남편과 알콩달콩 사랑하며 사는 삶,
또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는 삶이..
지금 내 삶의 가장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고백하며..
'다음'에 대한 주님의 인도하심을.. 잠잠히 기다리며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