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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규방>/영화와 책

2018.1.19 - 영화 1987



휴가 첫 날. 전부터 꼭 보겠다고 벼르고 있던 영화 1987을 조조영화로 홀로 보러 갔다.

영화 세부내용은 각색되었겠지만, 우리나라 현대사를 담고 있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하나 둘씩 쌓이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끝났지만 가슴에 얹혀있는 그 무게때문에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겨우 일어나 영화관을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가슴에 남겨진 것들을 하나님 앞에서 소화시키기 위해 집에 가지 않고 기도하는 곳으로 향했다.

교회 의자 끄트머리에 앉아 "하나님, 우리나라에 이런 아픔들이 있었습니다." 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는데 그 순간 영화 내내 참고 있었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엉엉 울며 한참을 기도했다. 뭐가 그리 서러웠던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또 불의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그 당시의 기자, 검사, 종교인, 학생들. 그들이 꿈꾸던 대통령 직선제도 이루어졌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또한 진일보 했지만 오늘날의 기자, 검사, 종교인, 학생들은 그 당시같지 않은 현실에 서러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 이 나라의 정세를 외면하며 살 수는 없다. 내가 그 당시에 있었다면 영화에 나왔던 대학생들과 동일하게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을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하셨다. 그 뜻을 잘 분별해 이 땅에 살면서 이루어 나가야겠다.

영화적으로도 참 웰메이드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배경상 얼마든지 신파로 갈 수 있었지만 꾹꾹 누르며 절제하듯 영화는 흘러간다. 하지만 무심한듯 지나간 장면들이 오히려 가슴 깊이 박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보면 한 때 잠시 그려보았던 영화감독이란 직업도 나름 보람있는 직업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