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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규방>/영화와 책

2014.4.19 - 선 오브 갓 후기





아니, 도대체 이 영화를 보고 욕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성경적인' 영화를 바라는 것일까


뉴에이지다, 일루미나티다, 마리아를 신격화 한다 등 성경에서 벗어났다고 우기는 사람들 때문에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이후에는 그 사람들의 주장에 헛웃음만 나올뿐이다. 


참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영화인데, 성경에 100% 충실하지 않았다는 핑계와 숨어있는(?) 상징이 있다고 모함하는 사람들에겐, 대체 어떤 것이 진정한 성경적인 영화인지 의문이 든다. 


어쨌든, 성경 자체가 이 영화의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편하게 후기를 쓰려고 한다.





1. 영화 전반

2. 왜 요한복음인가?

3. 반복되는 핵심 메시지

4. 감동받았던 장면들

5. 기존 '예수' 영화들과의 차이점

6. 영화의 마무리










1. 영화 전반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는 나래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어? 이거 요한복음인데? 하는 생각을 하며 누가 나래이션을 하는가 했더니 이런, 사도 요한 바로 자신이었다.



(요한)


예수님의 제자 중 유일하게 순교당하지 않았고, 이후에 밧모섬으로 유배당했던 요한. 인간적으로는 고독하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생각만 해도 벅차오르는 예수님과의 시간이 있다. 그는 그 시간을 회상한다. 


바로 예수님이 나오나 했는데 역시나, 구약을 아주 빨리 한번 훑어준다.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구약의 인물들이 영화화 되어 잠깐잠깐 등장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아담과 하와, 노아, 아브라함, 모세, 다윗 등(또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남ㅠ) 성경의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영화 초반에 하일라이트 모음으로 등장한다. 아 이런 비쥬얼화를 난 참 좋아한다. 굿굿.


이후엔 요한복음의 순서대로 영화는 진행된다. 제자들을 부르시고, 사람들을 고치시고, 십가자와 부활하는 성경적 내용을 잘 담았다.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담담한 나래이션화' 라고 할 것 같다. 영화를 감정이입하며 보는 것이 아닌 '영화를 읽는다'고 표현해야 할까. 성경이 시나리오처럼 자세히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들만 나와있기 때문에 성경을 영화화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상상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여기서 딜레마의 시작이다. 성경을 '그대로' 영화로 옮긴다면 기승전결이 없을뿐 아니라 긴장감이나 재미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 '재미있게' 만드려고 하다가는 성경의 핵심 메시지를 놓치기 마련이다. 요한복음을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하지만 최대한 성경적으로 표현을 할까 하는 고민을 감독이 많이 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감독은 좀 더 '안전한' 쪽을 택한 것 같다. 최대한 성경의 대사와 묘사를 따라가되 상상의 요소는 최소화한듯 하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은 교과서적인 느낌을 받았다. 예수님이 너무 '예수님' 같았다고 해야하나? 인간적이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그렸다면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다. 영화 전반적으로는 성경의 트랙을 잘 따라감과 동시에 영화기법들을 잘 활용한 모범적인 영화인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고 하고싶다. 유대 전통, 제사, 등장인물의 이름들 (말고, 니고데모, 가야바, 클라우디아), 또 그들의 대사들이 성경에 철처하게 기반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요한복음을 한번 더 읽는 느낌이었다. 물론 성경과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오히려 다른 부분이 많이 없어서 그런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소소한 딴지를 걸자면 예루살렘성의 CG가 너무 CG같아서 조금 아쉬웠다는 것 + 예수님이 죽으신 뒤 3일 후가 아니라 2일 후라는 자막오류정도?







2. 왜 요한복음인가?


단지 밧모섬의 요한으로 시작하기 위해 영화가 요한복음을 채택했을것 같지는 않았다. 제일 빠른 답을 얻을 수 있는 길은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왜 요한복음인가? 라는 질문을 영화 보는 내내 했었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이 아닌 요한복음. 아마 요한복음이 가지는 특징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특징이 뭘까 생각해 보니 '수신인'과 '메시지'가 제일먼저 떠오른다:


1) 수신인

복음서들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는 말씀이지만 일차 수신인을 보면 마태복음은 유대인에게, 마가복음은 로마인에게, 누가복음은 헬라인(데오빌로)에게 쓴 것이다. 하지만 요한복음은 유일하게 전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전 세계게 개봉되는 영화인만큼 요한복음의 수신인과 영화의 수신이 같다.


2) 메시지

그렇다면 요한복음은 무슨 메시지를 다루고 있길래 선택되었을까.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흠, 마태복음은 유대인에게 구약 예언이 성취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성경이지. 마태복음을 잘 표현하려면 구약의 이해가 필수인데.. 선오브갓 3부작을 낼것이 아니니 일단 패스. 


자 마가복음. 섬기는 자로 오신 예수님, 오 예수님의 능력이 많이 강조되어 있군. 좋아 영화적으로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아. 그런데 기적만 일으키는 영화를 만들수는 없으니.. 참고만 해야겠어.


누가복음은 시간순으로 나열하기는 좋지만 긴장감이 없군. 너무 길고.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기엔 좋은 성경이지만 글쎄, 이건 나중에 다큐제작에 참고해야겠다.


자 마지막으로 요한복음. 흠 이전 복음서들에선 나오지 않는 디테일들이 꽤 있군. 믿음이란 단어가 꽤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컨셉도 확실하고.. 문체가 왠지 모르게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탓인가? 같은 저자이니 이후에 요한계시록까지 연결시킬수도 있겠네. 좋아 요한복음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 ㅋ




3. 반복되는 핵심 메시지





1)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 (I am the way, truth and life)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인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이 대사가 최소한 3번 이상 나왔다. 이말인즉슨,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예수님'인 것이다. 예수님이 곧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이라는 것이다. 감독님이 성경에 너무 익숙한 나같은 사람이 그냥 나레이티브하게만 영화를 볼까봐 반복을 통해 메시지를 놓치지 않도록 배려를 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련다. 이 간단한 메시지가 왜 영화 이후에 계속 머리속에 남아있나 했더니 반복강조의 효과였다.


아, 혹시 이 예수님을 더 잘 아시고 싶은데 길을 모르시겠다는 분이 계시다면 (비밀글로) 댓글 달아주시면 방법을 알려 드리겠음.





2) 두려워하지 말아라 (Don't be afraid)


세상을 살아가는 나같은 크리스천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인 것 같다.

예수님이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것을 알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게 밀려오는 고난과 아픔, 특히 이번주의 세월호사건 같이 망연자실해질수밖에 없는 큰 일들 가운데서도 낙심하지 말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두려워말라.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이 꼭 기억할 한마디인 것 같다.







4. 감동받았던 장면들


성경장면을 이렇게 맛깔나게 라고 감탄했던 장면들이 세 번 있었다. 마태를 부르신 장면과 두번의 교차편집장면이었다.


1) 나는 죄인입니다

세리(세금징수원)인 마태를 부르실 때에 바리세인이 옆에서 세리를 죄인이라고 정죄하는 것을 보시고 바리세인과 세리의 기도하는 자세를 예화로 드신다. 당당하고 교만한 바리세인과는 달리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기도한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정확히 건드린 예수님의 한마디에 마태가 울며 예수님과 동시에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는 장면에선 나도 같이 울었다.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2) 적진에, 홀로, 은밀하게 

종교 지도자였던 니고데모가 밤중에 예수님께 찾아간 장면과 가롯유다가 대제사장을 몰래 찾아간 장면을 교차로 편집해 놓은 것을 보며 감탄했다. 율법교사이지만 진리에 목마른 니고데모, 진리이신 예수님의 제자이지만 돈이 더 중요한 가롯유다의 성경기록을 이렇게 영리하게 편집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고나 할까.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좋아 좋아.


3) 같은 기도, 다른 진심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하실 때, 대제사장과 제사장들이 성소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 그리고 빌라도와 클라우디아가 자신의 조상에게 기도하는 모습들이 교차편집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예수님의 진심어린 기도와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기도를 대비해주는 장면 같아 가슴이 탁 막혔었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의 모습, 혹은 내 모습이 형식적인 제사장들의 기도와 교차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클라우디아 기도장면은 안 넣었으면 대비의 임팩트가 더 컸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5. 기존 '예수' 영화들과의 차이점


내가 알기론 예수님에게만 초점을 맞춘 영화가 여럿 있다. 그 중에서 두 영화를 봤다.


첫째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본 CCC에서 선교용으로 사용하는 영화 '예수(JESUS)'





누가복음을 그대로 옮긴 영화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장면을 본 것이 인상에 깊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울산대학교에서 가족이 다같이 가서 봤었다. 내가 어릴 때 봤던 영화니 아마 80년대 후반 아니면 90년도 영화일 것이다.



두번째는 모두가 알만한 맬깁슨의 '패션오브크라이스트 (The Passion of Christ)'



이 영화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난 이 영화를 영국에 있을 때 봤었는데 한국에서는 이 영화상영기간중 영화관 안에서 부흥회(?)들이 일어났었다고 들었다. 딱 10년전인 2004년 영화이다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선오브갓은 굳이 비교하자면 첫번째 영화에 가깝다. 담담한 사건진행과 일관된 톤이 닮았다. 페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했기에 현란한 고문장면과 가슴을 후벼파는 극적인 장면들이 주류인 반면 선오브갓은 매우 절제된 감성을 표현한다 (그렇다고 밋밋한것은 결코 아니다). 


영화 선오브갓의 특징은 주위 등장인물들의 비중을 예수님만큼 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시대의 상황과 어우러진 그들의 '사정'을 함께 조명하면서 예수라는 인물의 신성을 들어내는 동시에 역사성과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잘 살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야바와 빌라도의 '사정'을 조명하는 관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빌라도)


(가야바)


신실의 아이콘으로 베드로를, 오늘날의 사람들과 비슷한 사고의 도마를 서로 대비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다른 예수 영화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 말고, 클라우디아, 바라바, 나사로, 니고데모의 등장도 인상적이었다.



(클라우디아)



(베드로)


(도마)



한마디로 이 영화는 그 당시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영화라고 하고 싶다. 난잡할수도 있는 설정이었는데 잘 조율된 하모니었다고 평하고 싶다.




6. 영화의 마무리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가 굉장히 궁금했었다. 영화의 마무리가 영화의 끝맛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예수 영화는 예수님의 관점에서 승천하시며 지상명령을 주시는 것으로 끝이 나고, 페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무덤을 나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분위기를 보아 예수님의 승천으로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는데 역시나, 초반에 나레이션을 시작했던 요한 할아버지로 되돌아 온다. 혹시 요한계시록으로 이어지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것도 역시나였다. 다만 그 스팩타클한 대심판들을 다 건너뛰고 예수님께서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으로 끝을 맺는다. 깔끔하고 담백하며 감동적인 엔딩이었다. 


이 후기도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으로 끝을 맺을까 한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