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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방>/생각방

[S.E.생각] 인간의 주관성에 근거한 판단, 어느 정도까지?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가끔 유튜브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본다. 개인적으로 법륜스님의 모든 대답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러 사람들의 솔직한 사연(일상적인 고민들)이 나오는 점과, 스님의 대답 중 통찰을 얻게 되는 부분도 일부 있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은근히 개그 욕심 있으신 것 같은데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요새 한동안 거의 보지 않다가, 어제 오랜만에 즉문즉설을 봤는데 거기서 조금 흥미로운(?) 사연을 하나 접하게 됐다. 결혼 3년차 주부라는 한 젊은 여성분의 사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남자는 떠났고 그렇게 헤어지고 얼마 안되어 새 남자와 만나 결혼해 살고 있다고 한다. 아직 아이는 없고, 남편은 주변에서 복에 겨웠다 할 정도로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떠나간 옛 남자가 자꾸 생각나서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옛 남자친구에게는 그 사이 새 여자친구가 생겼고 둘이 잘 지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화가 나기까지 한다는 사연이었다.


  영상 아래에 댓글란에는 복에 겨웠다는 둥 지금 남편이 불쌍하다 둥 여러 악플들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본인은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공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추면서까지(물론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이지만) 고민을 털어놓았을까 싶다.  이 문제에 대한 법륜 스님의 대답(조언) 중 일부 내용에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과연 그 여자분이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정말 '사랑'일까..?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그 개별성과 의사도 존중해주는 것인데.. 이미 현실에 지쳐 떠나간 남자이며 돌아올 마음도 전혀 없는 (그리고 지금 새 삶을 만족스럽게 잘 살고 있는) 옛 남자를 마음에 붙들고 현실의 곁에 있는 사람을 부인한 채 그 고통 속에 매여 살고 있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 아니면 미련과 욕심과 집착일까. 그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3년씩이나' 지나간 과거에 묶여 불행을 계속적으로 자초하고 있다는 부분. 냉정하게 말해서, 단지 '원하는 모든 걸 갖지 못한 상태에 대한 미련,욕심,집착'같은 주관적 감정들에 스스로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두고 붙들려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해석은 참 주관적인 것이니까..!)


  어쩌면 남자냐, 여자냐 하는 정체성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단지 '주관적 느낌'에만 내어준다면.. 사람의 감정과 인지는 얼마나 변덕스럽고 쉽게 왜곡되는 것인데. .! 만약 정말 주관적 느낌에 모든 판단의 기준을 맡길 수 있는 것이라면, 동물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도 변태가 아닌 사랑이고 어린 아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도 범죄가 아닌 사랑이며 모르는 사람을 혼자 집착스럽게 쫓아다니는 스토킹도 뼈저린 사랑 아니겠는가. 결국 인간의 주관적 느낌에 해석과 판단의 기준을 내어주다보면 여러가지 사회적 해악을 막을 수 없는 큰 구멍(위험한 여지)이 뚫려버리고 만다. 어쩌면 불륜 문제도 마찬가지 일지도..!?

  결국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주관성에 기반한 판단과 해석'을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합의로 수용하고 용인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물론 사회적 해악(타인에게 미치는 피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서 어떤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내리고 제도화한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그럴싸한 이론 일 뿐.. 실제 서구권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많은 주제들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있는지의 흐름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멀지 않아보인다는 것. 그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