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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2 - 영화 노아 후기

사랑만이 2014. 3. 30. 00:33



영화 노아는 개봉 6개월전부터 고대하던 영화였다. 성경을 영화화 한 것인데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을 했기에 어떤 그림을 그렸을지가 매우 궁금했다. 티저영상을 보니 헐리우드 스케일로 홍수를 뿌려주는 장면도 나오길래 스케일까지 겸비했구나 하는 생각에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개봉을 하자 기독교계에서 강한 반발여론이 빗발쳤다.뱀가죽으로 안수를 한다던지, 타락한 천사들이 미화되는 장면이라던지, 성경에 나오지 않는 반성경적인것(?)들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크리스천이면서도 볼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날라리 신자들 아닌 신실한 사람들). 





와이프와 손잡고 영화를 본 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아직 그 영상미와 디테일이 눈앞에 아른아른거린다. 두 눈 부릅뜨고 정신차리고 봐서 그런지, 아니면 철학적이면서 종교적인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나 생각하며 봐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난, 잘 봤다. 감독이 많이 고심한 흔적이 보였고, 그의 철학이 언뜻 나타나는 듯 했다. 왜 굳이.. 라고 하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성경을 아는 감독이 왜 영화를 이렇게 그렸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목차:


1. 감독이 던지는 질문


2. 영화 관전포인트


3. 영화에서 성경과 다른 점(각색 혹은 추가된 점)


4.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들 (미심쩍은 장면들)


5. 노아의 홍수, 그 이후





1. 감독이 던지는 질문



(아로노프스키 감독)


아로노프스키는 신실한 유대교도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몰라도 그에게 있어서 성경, 특히 구약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무신론자라고 한다. 그런 아로노프스키에게 성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과거를 건드리는 것이리라.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일부이겠지만 영화를 통해 내가 감독에게 들은 큰 질문은 4가지였다. (중얼거리듯 하는 질문은 너무 많아 기억도 못하겠다)



질문 1)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 '정의'와 '사랑'의 대립으로 표현되는 절대 선의 기준


영화는 죄에 물든 세상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선', 그리고 최초의 인간들을 유혹한 뱀(사단)과 죄에 물든 세상은 '악' 이라는 굵은 선을 그리면서 시작된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선과 악의 대립으로 시작하지만, 이 기준은 점점 모호해져간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분명히 선한 것일텐데, 정작 하나님의 대변인으로 표현되는 노아를 보면 갓 태어난 자신의 손녀들을 죽이려고 칼을 갈고 있는 소름끼치는 역할로 나타나는 것이다. 





손녀를 죽이려는 노아는 '정의'를 추구한다고 믿고 있고, 오열하는 노아의 아내는 '사랑'(자비)을 베풀기를 요청하고 있다. 물론 손주들을 죽이려는 것은 노아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불임이었던 며느리(엠마왓슨역)의 임신사실을 알고 방주 밖으로 달려가 난 할 수 없다고 절규하는 것을 보면 안다. 하지만 이내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이 장면을 보면 과연 신념이 사람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


노아에게 있어서 '절대 선'은 '하나님의 말씀', 혹은 '하나님의 뜻' 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방주를 짓는다. 하지만 나중에는 손주를 태어나는 즉시 죽이려고 기다리는 무자비한 할아버지가 된다. 이것이 과연 '선'일까? 맞다면 과연 하나님은 '선'한 분이실까? 아니, 애초에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진정한 '선'의 기준을 찾아 헤메는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고민이 엿보였다고 할까.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이 질문에 내린 답은 '모르겠다' 인 것 같다.  어릴적부터 유대교 부모 밑에서 배운바로는 '하나님의 뜻'이 절대 선이라고 배웠지만 하나님의 뜻이라는 미명아래 이 세상에 저질러지고 있는 너무나 많은 만행을 보며 이러한 '하나님의 뜻'에 회의를 느꼈으리라.


하지만 혹시, 하나님의 뜻은 선한데, 인간들이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감독의 두번째 질문인 듯 하다.



질문 2)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 침묵하시는 하나님, 두 가지로 다르게 해석하는 노아와 가족들


거대한 홍수로 인해 사람들은 다 빠져죽는데 동물들은 헤엄쳐서 올라가는 계시를 노아는 꿈으로 받는다. 하나님께서 '말씀' 하신 것이다 (성경과는 좀 다른 부분이지만 이건 후반부에 다루겠다). 그리고, 이것이 무슨 뜻일까 고민하는 노아가 나온다. 결론이 나지 않자 꿈에서 본 자신의 할아버지 므두셀라의 산으로 간다. 거기서 꿈의 후반부인 방주를 지으라는 힌트를 얻고, 갑자기 물이 샘솟고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는 기적을 경험하며 이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한다. (감시자들이 It's God's miracle! 이라고 아예 대놓고 설명해 준다)






방주제작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지고 때에 맞춰 이 세상의 호흡이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짝을 이루어 방주 안으로 입장한다. 창초주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하나님의 뜻이 확실함은 노아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함과 야벳의 아내될 사람을 찾으러 '세상 안'으로 들어간 노아는 하나님이 심판하시려는 인간의 악함이 자신에게도 내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은 물론 어떤 인간도 구원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부분도 성경과 다르지만 후반부에 다룸). 여기서 이 노아의 '생각'은 모든 사람이 밖에서 수장되고 있을 때 방주 안의 가족들에게 하는 말에서 잘 정리된다:





- 하나님은 모든 것을 선하게 창조하셨다. 하지만 최초의 인간이 뱀의 유혹에 빠졌고, 선악과를 범함으로 죄가 인간에게 들어왔다

- 그 후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파렴치한 존재로 바뀌어졌다. 결론적으로, 선하게 창조된 이 세상이 인간으로 인해 오염되었다

- 그래서 하나님은 죄에 빠진 인간들을 심판하시기로 결정하셨다

- 그 심판에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그 인간의 악한 본성이 우리 안에도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우리 가족도 죽어야 한다. 다만 하나님께서 살려주셨기에 수명을 채우고 죽겠지만, 어떠한 인간의 자손도 남겨선 안된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바로 파란색으로 표시된 노아의 '생각' 인 것 같다. 하나님이 분명히 말씀하신 것은 방주를 지어서 물의 심판을 피하라고 하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심판이 맞지만, 그 심판이 죄된 인간들(가인의 자손)과 구별되어 살아온 노아의 가족(셋의 자손)까지 해당된다는 것은 엄연히 노아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인간도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노아의 이 확고한 생각이 확증을 받는 장면은 영화에 없다. 자신의 손으로 손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기에 너무나 괴로워하는 노아에게 하나님은 침묵하신다. 어떠한 기적이나 음성, 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노아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하며 자신의 생각을 더 굳건히 다진다.


이 장면에서 감독이 이렇게 질문하는 듯하다. '과연 인간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


이 질문은 바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고발성 질문으로 이어진다.




질문 3)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기독인들(혹 종교인들)의 태도는 옳은 것인가?


- 노아로 대비되는 이땅의 '하나님의 뜻'의 수행자들


감독은 무신론자답게 거침없이 '하나님의 뜻'이 보편적 휴머니즘과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을 택한 것 같다. 검증되지 않은 하나님의 뜻이 어떠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손녀들을 죽이기 위해 칼을 빼들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부분에서 십자군 전쟁이 생각난 것은 나 뿐일까? 언뜻 보기엔 이 장면은 '봐라, 하나님은 이런 무자비한 신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정작 문제는 하나님의 뜻을 자기 생각대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끝까지 고집하는 인간인 것이다.


진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이것은 매일을 하나님 뜻에 따라 살아가고자 하는 나같은 신앙인들에 있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해가야 하는 부분이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는 분은 성령님이시지만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다음 기회로 패스.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들 안에 진정한 사랑을 보지 못한 무신론자의 회의가 진하게 느껴지는 질문인 듯 하다. 


그렇다면 진짜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이것이 감독의 마지막 질문인 듯 하다. 






질문 4) 노아의 홍수로 대비되는 하나님(혹은 신)은 어떤 분이신가?


- 무자비한 하나님 /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


넌 죄를 짓지 않았으니 살고, 넌 죄를 지었으니 죽어 - 이것이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느낀 하나님이 아닐까 싶다. 철처하게 선과 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 갓 태어난 아기같은 명백한 죄가 있을까 하는 인간들까지 홍수로 쓸어버리는 무자비한 하나님, 혹은 우리의 이해를 훨씬 넘어가버린 하나님으로 느끼고 있는듯 한다. 아마 이런 무서운 하나님을 섬기고 있자니 너무 힘들어서 신은 없다라고 생각해버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도 하나님께서 당장 심판하지 않는 것 같으니. 



참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 던지는 근본적면서 날카로운 질문들이다. 과연 아로노프스키다.


이외에도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들이 많았지만 다 대답했다가는 철학 블로그가 될 것 같아서 감독의 질문은 여기서 끝!






2. 영화 관전포인트


-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들임


1) 1분만에 창세기의 천지창조 훑는 CG (내가 언젠가 하고 싶었던 것)


2) 노아의 꿈 CG (계시)


3) 새와 뱀, 곤충들과 짐승들이 방주로 집합하는 장면


4) 물기둥들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장면


5) 감시자(watcher)들이 빛기둥을 형성하며 승천(?) 하는 장면


6) 노아가 자기는 못하겠다고 하며 하나님한테 무릎꿇지만 이내 I won't disappoint you로 주문외우듯 다짐하는 장면


7) 노아 아내가 노아를 마지막으로 설득하며 오열하는 장면


8) 홍수를 피해 사람들이 높은곳에 매달려 있다가 물에 휩슬려 가는 장면


9) 무지개 나오기 전 카메라가 와이드 앵글로 산맥을 쭉 훑는 장면




3. 영화에서 각색된 진실 (성경 창세기 6-7장)


- 영화는 재미와 흥행을 위해, 또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각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엄연히 성경을 소재를 한 만큼 성경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이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각색된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나는대로 적어봤다. 


1) 타락한 천사(감시자들) 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2) 노아는 120년동안 가족들과만 방주를 지었다.


3)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직접, 분명하게 세상에 임박한 심판을 말씀하시고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방주를 지으라고 말씀하셨다.


4) 하나님께서는 심지어 방주의 자세한 조감도와 재료, 만드는 법까지 세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5) 라멕(노아의 아버지)이 두발가인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성경이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상력 인정. 


6) 므두셀라가 홍수가 나던 해에 죽은 건 맞지만 홍수에 죽었다는 것은 성경에 언급되어있지 않다.


7) 방주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노아와 아내, 그리고 세 아들 + 그들의 아내들이었다. (그러니까 두발가인이 방주에 탄 것도, 함과 야벳이 모쏠인 것도 각색된 것)


8) 함은 가족을 떠나지 않았다 (단지 노아가 술먹고 뻗은 것을 조롱해서 저주를 받았을 뿐. 아마 이 부분이 다루기가 그래서 떠나는 것으로 각색한듯)


9) 노아는 방주에 있던 생물들을 재우지 않았다.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진짜 궁금하긴 함)


10) 노아는 당대에 의인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자신의 죄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차후 생각 나는대로 추가예정)




4.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들 (미심쩍은 장면들)


- 기독교계에서 큰 논란을 샀던 두 장면이 있다. 그 이유들이 무엇일까. 





1) 뱀껍질로 축복하는 장면

- 영화: 영화 초반에 라멕이 노아에게 축복할 때 뱀껍질을 팔에 감고 축복하고, 영화 끝부분에 노아가 동일하게 뱀껍질을 감고 축복한다.

- 논란이유: 뱀이라는 동물 자체가 성경에서는 사단을 상징하는 것이기 떄문에 뱀 껍질을 감고 축복한다는 것은 뭔가 납득할수가 없는 사실. 혹자는 사단의 권위로 축복하는 것이 아니냐고 열분하기도 했다.



2) 감시자(Watcher) 캐릭터

- 영화: 타락한 인간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돌덩이가 되어버렸는데 노아를 도와 사람들과 싸우다가 전사를 하자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하늘로 승천했다 (용서받았다)

- 논란이유: 일단 성경에 없는 내용을 넣었다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하나님을 거역한 그들이 하나님이 인간을 도왔다는 이유로 용서해 주시는 내용이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에 반한다. 또, 하늘에서 감시자들이 떨어질 때의 모습이 운석이 떨어지는 모습과 비슷한데, 이는 성경에 말하는 떨어진 별 계명성(사단)과 비슷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마지막에 사단을 용서했다?? 라는 이상한 논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5. 노아의 홍수, 그 이후


노아의 홍수 이후를 이해하려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세상에 세워가시기 위해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신 것과 대조되게 하나님을 일관성있게(?) 배신하는 인간의 역사를 다섯 포인트로 정리했다.

 

초간단하게 설명하기에 디테일을 생략하니 태클걸지 말아주시길.


Take I: 아담과 하와를 통한 하나님의 나라 (in 에덴동산) 

- 선악과를 따먹어서 fail. 에덴동산에서 out.


Take II: 아담과 하와의 자손을 통한 하나님의 나라 

- 하나님의 아들들이 세상의 딸들을 사랑해서 세상과 동화, 타락해서 fail. 홍수로 싹 정리하시고 의인인 노아의 자손들로 다시 시작.


Take III: 노아의 자손들을 통한 하나님의 나라 

- 바벨탑을 지어서 하나님과 맞먹겠다고 덤벼대서 fail. 언어를 흩어버리심.


Take IV: 이스라엘이라는 족속을 택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려는 계획 

- 구약을 다 할애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사랑했지만 결국 하나님을 배신하고 세상에 오염되어 fail.


Take V: 그래서 하나님께서 마지막 카드로 제시하신 것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셔서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게 죽게 하심.

-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구원을 얻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마지막 사랑의 메시지.





그리고 이 마지막 카드는 아직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