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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방>/상담 노트

[세은 칼럼]사후대책, 심리치료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정'의 역할 회복.

 

 

 

 

"수요기획 심리치료 프로젝트 -탈출! 트라우마 도전 21일" 다큐 를 보았다.


공황장애 2명, 섭식장애2명(폭식 및 구토 1명, 폭식증 1명), 강박장애 1명 총 5명의 출연자들이 나왔고

강박장애 남학생 1명은 중도에 부모의 갑작스런 하차 요구로 인해 포기하고 말았다.

 

 

 

 

 

 

 

 

 

 


 

인지행동치료, 드라마치료, 미술치료, 명상요법, 이완훈련법, 비폭력대화법훈련 등,, 그동안 수업을 통해서든, '달라졌어요'와 같은 심리치료 관련 다큐시청을 통해서든 책을 통해서든,, 익숙하게 접하고 배워왔던 것들이 총출동되어 실제 다양한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을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큐를 보며 출연자 각 사람들마다 지닌 사연에 귀기울이다보니, 결국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과거의 뼈아픈 상처들과 가족 문제가 있었다.


오염에 대한 불안으로 강박 행동과 사고를 가진 남학생은 왕따, 학교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 손씻는 행동을 반복할 뿐만 아니라 한번 입은 옷은 오염되었다 생각되어서 버려야했고 엄마는 계속해서 새 옷을 사다주어야 했다. 손을 씻는 동안에는 조그만 소음만 있어도 안되 다른 가족들은 숫가락 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조용히 침묵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상태의 아들을 두고도, 당장의 급한 상황인 치료를 중요시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렵다고  중도하차 시켜버린 부모를 보니 이 집도 드러나지 않는 가족 문제가 빙산처럼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이 조심스레 들었다.


공황장애로 고통해온 한 여학생은 아버지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집안 경제는 내려앉으면서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일을 하시고, 항상 모든 것을 혼자서 하고 혼자 해결하며 인생의 모든 짊을 스스로 내면으로만 짊어지고 살던 아픔이 있었다. 어머니는 힘든 것을 절대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셨고, 그 밑에서 자란 딸 역시 고통을 표출하지않고 속으로만 짊어져야 한다고 여겼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으로 심하게 고통받고 시험불안도 있어보였다. 열심히 준비한 자격증 시험을 실패에 대한 불안때문에 열흘전에 취소해버렸다 할 만큼.


섭식장애로 고통하는 한 물리학과 여대생은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와 떨어져살게 되었다 한다.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했고, 항상 친구가 없이 지냈고, 내면의 불안감, 두려움, 허무함 등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한 회피책으로 음식 섭취와 구토 행동을 반복한 것 같다. 부모님의 불화속에서, 어릴때 어머니가 자신에게, 네게 배에 들어서는 바람에 아빠와 결혼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아니면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하셨는데, 그로 인해 자신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람이었나보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한다. 낮고 부정적인 자존감을 가진 이 여대생은 자기를 망치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이 행동을 통해 자신을 학대해온 것 처럼 보인다.


빅사이즈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한 폭식증 여자분의 경우도, 군인이었던 아버지 영향으로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면서, 친구도 없었고, 특히 어릴 때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얘기하다가 자신이 다가가면 소외를 시켰던 경험이 큰 상처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버려질까 불안했고,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싹싹한 행동도 하고, 모든 걸 남에게 맞추며 살았지만 마음 속은 항상 무언가 허망하고 외롭고 불안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며, 오랜 상처 속에 신음해온 출연자들이 참 안타깝고 그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커졌다. 악한 영들은 사람의 상처를 주식삼아 먹으며 상처받은 사람 안에 거한다는 말이 또 한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 현대에 이토록 너무나 많은 정신 질환자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사회의 움직임은 대부분 사후 대책으로 향해있지, 근본적인 예방책으로 많이 기울여져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아쉬웠다.

 


결국은 파고들어가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견고한 '가정'의 역할이다. 외부로부터 아무리 많은 상처들이 있을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격없이 오픈하고 지지하고 믿어줄 가족이란 존재가 분명하게 있다면,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낼 힘이 생겨난다. 그러나 출연진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은 상처 속에서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줄 가족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조금더 정확히 표현하면, 형식적, 물리적 가족의 형태는 존재했을 지라도 건강하게 기능하는 가족의 역할이 부재 했던 것이다. 이혼, 폭력, 중독 등의 다양한 병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자녀들에게는 가정이 도리어 더 큰 상처의 장으로 작용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자라난 자녀들이 사회를 책임지는 성인이자 리더로 자라나게 될 미래에는 사회가 어떤 형태로 변화되어 있을까, 어떤 더 심각한 문제들을 겪고 있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발생한 질환자들을 치유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겠지만, 앞으로 몇십년 후, 몇백년 후를 내다본다면, 정말 후손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땅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가정이 살아날 수 있게 힘써야 한다. 이혼율을 줄이는 등의 물리적, 형식적 가정의 '형태'만 유지하는 것을 넘어, 질적으로 건강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정들이 이 나라에 잘 세워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체계가, 각 가족원들의 진실로 따뜻한 보금자리로써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교육, 복지 정책등으로의 큰 물줄기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